- 미술
- 31/07/2021 01:00
- 1360 견해
벤찌슬라브 디코브
«뚜렷한 목적없이 그저 존재하는 사물들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가 어는 순간 내 무의식 안에서부터 그것들이 투영되어 밖으로 나옵니다. 그 순간에 비로소 내 육체는 의식으로 부터 자유로와 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릴 때 저는 바로 그러한 순간을 추구합니다.»
"저는 불가리아 화가입니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고 유화를 그립니다. 제 작품들은 마치 음렬주의 음악같은 면이 있습니다. 작은 모양들이 반복되어 나오는데, 약간씩 변형되거나 완전히 커지거나 그럽니다. 인물화 및 추상화를 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조건, 인간의 무의식이 주된 관심사인데, 가끔 진흙으로 인물 시리즈를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의 전시회에서는 타이틀이 <샤먼>이었습니다. 이성적인 이 세상에서 그림이라는 것은 참으로 그 목적이 애매한 물건입니다. 그런데 이 물건은 어느 한 사람과 특정한 관계를 가지게 되면, 그 순간 이 물건은 예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는 한국과 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원래 그는 음악(클래식 기타)을 전공했다. 독일에 음악 전공으로 유학을 갔을 때 룸메이트가 마침 한국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미 디코프는 취미삼아 그림을 종종 그렸는데, 이를 본 그 룸메이트 한국 친구는 그의 그림솜씨가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그에게 그림을 그려 볼라고 격려를 해주었다고 한다. 디코프는 '나는 미술 전공도 아닌데 어떻게 그림을 그리느냐'라면서 정색을 했지만 그 한국 친구는 '전공을 안 했다고 너가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하며 격려를 해주었고, 이러한 그의 말이 계기가 되어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의 아버지는 피아노과 교수로 수년 간 한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익히 여러가지 문화적인 차이 등을 들어서 알고 있었고 평소 친숙하게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의 그림에서 여타 불가리아 작가들과는 다른 시각이 느껴진다. 그의 그림은 가볍다. 그리고 쾌활하다. 동물도 자주 등장하는데, 귀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한 때 벌레 시리즈를 그린 적도 있었는데 그 벌레들이 참 귀여웠다. 그는 여전히 기타를 친다. 가끔 지인들을 불러서 하우스 콘서트를 개최한다. 작곡도 한다. 본인의 음악, 조소 작품, 그리고 설치 미술을 한 장소에 모아 놓은 전시회도 시도 한 적이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가끔 에세이처러 써서 공유를 하는데, 항상 그가 올리는 열띤 댓글들이 달린다. 그를 보고 있으면 이런 멀티 재능도 가능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버지가 좋아했던 나라, 한국을 본인도 언젠가는 한 번 꼭 가보고 싶다고 한다.